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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시 2021-09-30 11:00:19
제목 [업계동향] 배터리 패러다임 시프트…‘규모’에서 ‘고효율’로 2라운드 전쟁
내용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커지면서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 경쟁도 후끈 달아올랐다. 일본 토요타자동차가 세계 최초로 전고체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를 공개하자 완성차 업체마다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지금까지는 배터리 대량 생산 체제를 구축해 ‘규모의 경쟁’을 벌였다면 이젠 고효율 배터리 기술 선점을 두고 경쟁하는 배터리 전쟁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

토요타자동차는 최근 자사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전고체 배터리로 달리는 전기차 모습을 공개했다. “정식으로 번호판을 받은 세계 최초 전고체 배터리 장착 프로토타입 자동차”라고 소개했다. 토요타는 배터리 생산, 개발을 위해 2030년까지 1조5000억엔(약 16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승부수 던진 토요타

▷전고체 배터리 전기차 세계 최초 공개

한동안 전기차 시장에서 토요타는 ‘지각생’으로 불려왔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마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 공략에 안간힘을 쓰는 상황에서도 토요타는 하이브리드차에 집중했다. 지난 7월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전고체 배터리 자동차를 공개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최소한의 시제품도 선보이지 않아 기술 개발이 한참 더딘 것 아니냐는 비아냥도 쏟아졌다. 하지만 조용히 칼을 간 토요타는 세계 최초 전고체 배터리 자동차를 전격 공개하면서 글로벌 배터리 업계에 적잖은 충격을 줬다.

전고체 배터리는 양극과 음극 사이의 액체 상태 전해질을 고체 형태로 바꾼 차세대 배터리다. 액체 전해질을 쓰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양극과 음극 사이 접촉을 방지하는 분리막이 들어가는데, 전고체 배터리는 고체 전해질이 분리막 역할까지 대신한다. 덕분에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높아 1회 충전으로도 주행 거리를 800㎞ 이상으로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다. 전해질이 액체가 아닌 고체라 온도에 영향을 적게 받아 폭발, 화재 위험성이 낮다는 점도 매력이다. 최근 전기차 화재 사고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안감이 커진 만큼 전고체 배터리를 장착하면 이런 걱정을 덜 수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의 절반 수준으로 크기를 줄이고 얇게 만들어 구부릴 수도 있어 공간 활용성이 높다.

시장조사 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GWh 수준인 전 세계 전고체 배터리 시장은 2030년 135GWh로 70배가량 커질 전망이다. 이창민 KB증권 애널리스트는 “폭스바겐, 노스볼트, BMW, GM 등이 이르면 2025년, 늦어도 2027년에는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LG에너지솔루션은 기술력을 앞세워 배터리 시장 선두 굳히기를 노린다. 사진은 충북 오창 전기차 배터리 공장 생산라인에서 엔지니어들이 배터리셀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


▶韓, 투트랙 전략으로 선두 굳히기

▷日 전고체로 점프, 中 원가 경쟁력 앞세워

토요타가 전고체 배터리를 전격 공개하면서 국내 전기차 배터리 업계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3사가 글로벌 배터리 업계 5위권에 포진하면서 세계 배터리 산업을 이끌어왔지만 향후 기술력에서 밀릴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일본의 차세대 기술력은 물론이고 배터리 시장점유율 1위를 달리는 CATL 등 중국 기업의 저가 공세까지 함께 이겨내야 하는 절체절명 상황을 맞았다.

한국 업체는 글로벌 배터리 시장 패권을 주도할 수 있을까.

국내 배터리 업계는 리튬이온에 주력하되 차세대 배터리 양 산을 노리는 ‘투트랙’ 전략을 편다. LG에너지솔루션은 리튬황 배터리를 2027년 양산한다는 목표로 관련 기술을 개발 중이다. 리튬황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가볍고 희귀 금속을 쓰지 않아 가격 경쟁력이 높다. 리튬황 전지는 리튬이온 전지에 사용하는 니켈, 코발트 등 희소 금속 대신 매장량이 풍부 한 황을 쓴다. 덕분에 생산 비용이 저렴하고 최대 에너지 밀도가 리튬이온 배터리의 4배 이상이다.

삼성SDI는 전고체 배터리 시장에 승부수를 걸 계획이다. 국내 배터리 업체 중 전고체 배터리 기술에서 상대적으로 앞선 덕분이다. 2027년 이후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목표로 세웠다. 삼성종합기술원 주도로 전고체 전지 상용화의 핵심 과제인 ‘덴드라이트(Dendrite·수지상결정)’ 생성을 억제하는 원천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왔다. ‘덴드라이트’ 현상은 배터리를 충전할 때 리튬이 음극 표면에 적체하며 나타나는 나뭇가지 모양의 결정체를 뜻한다. 이 현상이 나타나면 리튬이 음극 표면에 쌓여 배터리 분리막을 서서히 훼손해 배터리의 수명·안전성이 낮아진다. 삼성종합기술원은 이미 지난해 3월 덴드라이트 생성을 억제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혀 주목받았다.

후발 주자인 SK이노베이션 역시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에 속도를 낸다. SK이노베이션은 리튬이온 배터리 시대를 연 인물이자 2019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존 구디너프 미 텍사스대 교수와 공동연구 등을 진행 중이지만 아직까지 기술력은 삼성SDI에 밀린다는 평가다.

이에 맞서는 중국 공세도 만만찮다. 중국은 일단 ‘원가 경쟁력’이라는 기존 강점을 높이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글로벌 배터리 1위 업체 CATL은 경쟁사 대비 원가 경쟁력에서 비교 우위를 갖췄으나 기술력이나 실질적인 점유율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세계 최고’로 꼽히는 분위기다. 현재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 비중은 50%에 달한다. CATL은 자국 시장에서 딱 이 정도 점유율을 확보했다. 달리 말하면, 중국을 제외한 세계 시장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확연히 앞서 있다는 의미다. CATL과 LG에너지솔루션 간 기술력 격차도 상당하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지난해 말 기준 배터리 특허 건수를 보면 LG에너지솔루션은 2만3610건으로 CATL(2221건)보다 10배 이상 많다.

하지만 결코 안심할 때는 아니다. 국내 업체가 주로 채택해온 삼원계 배터리에서 불거진 잇단 화재 사고는 중국 업체가 선호하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위상을 바꿔놨다. LFP 배터리는 한국 배터리 업체들이 주력으로 만드는 니켈·코발트·망간(NCM),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등 삼원계 배터리보다 성능은 떨어지지만 제조원가가 30%가량 저렴하다. 폭발 위험성도 LFP 배터리가 삼원계 배터리보다 상대적으로 낮다. 이를 두고 본 CATL은 LFP 배터리 원가 경쟁력을 더욱 탄탄하게 다지는 데 주력한다. 최근에는 자체 개발한 1세대 나트륨 이온 배터리까지 공개해 한국 기업에 맞불을 놨다. 나트륨 이온 배터리는 기존 리튬 기반 배터리보다 더 저렴한 것이 장점이다. 에너지 밀도가 낮아 주행 거리가 짧지만 CATL은 “제조 공정 고도화로 이를 보완하겠다”며 승부수를 던졌다. 단기간 시장점유율 측면에서는 안전성 부담이 덜한 중국의 추격이 위협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일본은 순수 전기차 시장 진입이 한발 늦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이 필요하지 않은데, 기존 완성차 밸류체인은 여러 부품 업체가 얽히고설킨 선단식 구조여서 외부의 급격한 변화에 취약했다. 그랬던 토요타가 전고체 배터리 전기차를 깜짝 발표하며 주목받았다. 다만 아직까지는 회의적인 시선이 적지 않다. 토요타는 전고체 배터리의 상세한 스펙이나 양산 계획 등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 ‘세계 최초’ 타이틀을 달았지만 전고체 배터리 주행 거리, 성능이 얼마나 높을지도 의문이다. 무엇보다 양산 경쟁력에 대해 물음표를 다는 시선이 팽배하다.

배터리 핵심 소재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포스코케미칼은 최근 6000억원을 투자해 연산 6만t 규모의 포항 양극재 공장을 신설하기로 하는 등 양극재 시장 공략에 안간힘을 쓰는 중이다. SK이노베이션은 최근 중국 음극재 1위 기업인 BTR과 양극재 합작사 설립을 추진하기로 했다. SK머티리얼즈와 SKC도 양극재 사업 진출을 검토 중이다.

국내 기업들이 배터리 소재 사업에 뛰어든 것은 전기차 시장이 커지면서 양극재 등 배터리 핵심 소재 부족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양극재는 배터리 4대 핵심 소재(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전해액) 중 원가 비중이 가장 높다.

다만 아직까지 글로벌 양극재 시장에서 한국 기업 점유율은 미미하다. 벨기에 유미코어, 일본 스미토모메탈마이닝, 일본 니치아, 중국 XTC, 중국 산산 등이 상위권을 형성하는 가운데 포스코케미칼을 비롯한 국내 업체는 양극재 시장점유율이 10위권 수준에 그친다.

배터리 업계 기술 경쟁과 맞물려 완성차 업계의 내재화 흐름도 무시 못할 변수다. 여기에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간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전이 ‘트리거’가 됐다. 토요타에 앞서 테슬라와 폭스바겐은 진작에 배터리 내재화를 선언했다. 테슬라는 ‘반값 배터리’를 위해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를 자체 개발 중이다. 주요 원자재인 리튬을 확보하기 위해 최근 호주 광산 업체와 5년간 공급 계약도 체결했다. 폭스바겐은 내년 독일에 첫 번째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는 등 배터리 개발·생산에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한다. 현대차는 차세대 배터리 기술 내재화를 목표로 남양연구소 내 연구개발(R&D) 조직을 확대했고 메르세데스-벤츠는 배터리 자체 생산을 위해 고삐를 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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